[Global CEO & Issue focus] 티에리 필렌코 프랑스 해양플랜트 테크닙FMC 회장

입력 2017-07-20 17:24  

전세계 돌아다니며 유전탐사
현장서 잔뼈 굵은 베테랑 엔지니어
글로벌 M&A로 저유가 위기 돌파

여행 좋아하던 농부의 아들
"대학 졸업장 없으면 어때"
엔지니어링 학교 졸업 후 취업

새 탐사기법으로 유전 발굴
지진파로 X레이 찍듯 탐사
브라질·멕시코서 유전 찾아내

저유가 위기 돌파구 찾아라
미국 경쟁사와 전격 합병
1500명 감원 생존 몸부림



[ 이상은 기자 ] 2014년 7월 프랑스의 해양플랜트 서비스업체 테크닙 최고경영자(CEO)였던 티에리 필렌코는 경영진과 머리를 맞대고 상의 중이었다. 국제 유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았다. 그해 4~6월 실적이 매우 좋았으나 뭔가 시장이 달라지고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급락했던 유가는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확고하게 유지될 것 같았다. 그해 6월부터 하락세가 시작됐지만 시장은 그것이 일시적 조정인지, 장기적 하락국면의 시작인지 분명치 않다고 여겼다.

필렌코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고객들의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고 봤다. 유가는 이윽고 배럴당 85달러까지 미끄러졌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 하락에 감산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가파른 추락이 지속됐다. 2016년 2월 배럴당 26달러(서부텍사스유·WTI 기준)까지 내려갔다.

필렌코는 2015년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유가 하락에 관해 “뭔가가 고장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석유·가스산업이 가혹한 장기 침체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2010년대 들어 투자된 플랜트에서 신규 공급이 지속될 테고, 유가가 오른다 해도 오름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34년째 유전개발업 종사

필렌코는 줄곧 유전 개발 관련 업계에서 엔지니어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부모님은 양계장을 운영했지만 그는 축산업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여행을 하기 좋아했고 과학과 지질학, 천문학을 사랑했다. 프랑스 낭시의 지질학교와 플랜트 설계 엔지니어링 교육기관인 IFP를 졸업했다. 과학자가 될 수도 있었지만 연구실에 붙박혀 있기는 싫었다. “엔지니어가 되면 과학과 여행을 좋아하는 성향을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다고 여겼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는 유명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점에 대해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2011년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받은 교육이 자랑스럽다. 나는 그동안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브라질, 영국에서 내가 모르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과 일해왔다.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지는 그 사람의 실적과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1984년 유전서비스업체 슐럼버거에 입사해 20년간 근무했다. 탄화수소가 저장된 지역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채굴지역을 두루 돌아다녔다. 베네수엘라, 이탈리아, 가봉, 나이지리아, 두바이, 인도네시아, 미국 등에서 근무했다. 이탈리아에서 배우자를 만나기도 했다.

1988년 서아프리카 가봉 포르장틸에서 컴퓨팅센터장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한 고객이 그에게 석유와 가스를 찾기 위해 파내려간 굴을 그날 밤 안으로 분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필렌코의 첫 분석은 완전히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왜 자신이 틀렸는지 알아내기 위해 씨름했고, 특이한 종류의 진흙이 있어 자신이 데이터를 잘못 읽었음을 밝혀냈다.

그는 “직장에서 잘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고객이 강한 신뢰를 보여줬다”며 1주일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것을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으로 꼽았다.

엔지니어·과학자·경영자

본격적으로 경영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2004년 미국 휴스턴의 유전서비스회사 베리타스DGC의 대표 겸 CEO로 옮기면서부터다. 그는 여기서 영국 석유메이저 BP와 함께 와이드 아지머스(WAZ)라는 신규 유전탐사기법을 활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 지진파를 보내 반사된 값을 가지고 땅 밑 등 눈으로 볼 수 없는 지역의 상황을 유추해서 시각화하는 기술이다. 종전에 사용되던 내로우 아지머스 기법도 3차원(3D) 영상을 구현했지만 새 기술의 정확도가 훨씬 높았다. 브라질과 멕시코만 등의 소금층 아래 유전의 존재가 분명히 드러났다. 그가 오랫동안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온 부분이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공을 자랑하는 데 박하다. “엔지니어이자 관리자로서, 관련 팀이 성공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어 줘야 하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2007년부터 테크닙 CEO로 옮긴 뒤에도 그는 여전히 기술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과학자 겸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뒤따르는 이유다.

그는 “엔지니어를 교육하는 일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린 시각을 갖도록 하는 작업”이라며 “기술에 대한 열린 시각은 투자 결정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합병으로 돌파구 모색

그가 속한 유전개발 업계는 2014년 하반기 이후 그의 예감대로 깊은 침체기에 들어섰다. 배럴당 20달러대 유가는 최근 40~50달러대로 올라왔지만, 세계 수요·공급 여건을 감안할 때 과거와 같은 100달러대 유가로 곧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는 그가 이끄는 테크닙에 큰 위기다. 테크닙이 그간 주력해 온 해양플랜트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육상유전에 비해 훨씬 비용이 많이 든다. 배럴당 100달러 시절에는 해양플랜트를 이용한 채굴이 이익이 남았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 해양플랜트를 제작하는 조선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테크닙의 고객사들이 하나 둘씩 나가떨어진다는 뜻이다.

테크닙은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미국 경쟁사 FMC테크놀로지와 합병을 결정했다. 지난 1월 동등합병 방식의 기업결합을 완료했다. 비용을 절감해서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자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전체 직원 4만5500여 명 중 1500여 명이 구조조정됐다. 두 회사의 2015년 매출액은 각각 122억유로(약 15조8000억원), 63억달러(약 7조원)였다.

합병법인의 CEO로는 FMC 출신 더그 퍼르데히르트가, 회장에는 필렌코가 각각 임명됐다. 이 무렵 그의 첫 직장이었던 슐럼버거가 경쟁사 캐머런을 인수했고,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베이커휴즈를 인수해 오일·가스서비스 부문과 합치는 등 업계 전체의 합종연횡이 활발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필렌코 회장은 “하나의 회사로서 유전과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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